가맹점단체 결성을 주도한 점주들을 ‘표적 점검’해 불이익을 준 ‘피자에땅’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했지만, 법원이 이를 부당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갑을’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가맹점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 법 논리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공정위와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창형)는 피자에땅을 운영하는 본사 에땅이 “공정위 제재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19일 공정위 일부 패소 판결했다. 2018년 공정위는 ‘피자에땅 가맹점주협의회’ 설립을 주도한 가맹점주들과의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갱신 거절)하고, 전국 가맹점에 본사 홍보전단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혐의로 과징금 14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가맹점단체 활동을 이유로 보복조치한 본사에 대한 최초 제재였다.
“협의회 활동 위축돼…위법” 판결
점검 후 사유로 계약 해지엔 ‘타당’
“점검 위법이라도 결론은 마찬가지”
시민사회 “법원 판단 형식적” 비판
“과거 노조 활동가 해고 논리 같아”
판결문을 보면 피자에땅 가맹점주들은 2015년 4월 점주협의회를 만들었다. 본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가맹점 사업자단체였다. 이 과정에서 본사는 그해 3~5월 인천 부개점·구월점에 12회·9회씩 집중적인 매장 점검을 실시했다. 부개점주와 구월점주는 점주협의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점검 결과 드러난 외부 식자재 사용, 유통기한 경과, 영업시간 미준수 등을 이유로 본사는 같은 해 12월(구월점)과 이듬해 12월(부개점) 계약을 해지했다.
법원은 두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점검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본사 문건에 기재된 ‘자진해산 유도 모색’ ‘필요시 강압으로 해산’ 내용을 근거로 “점주협의회를 해산 대상으로 인식하고 매장 점검을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평상시보다 과도한 정도로 점검이 이뤄졌고, 이에 가맹점주들이 두려움을 느껴 점주협의회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장 점검으로 확인된 사유에 따라 두 가맹점과 계약을 해지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부개·구월점이 수차례 중대한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계약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며 “계약 갱신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장 점검이 위법했다고 해도 결론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와 가맹점업계에서는 법원 판단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남근 변호사(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점주협의회 구성·활동에 보복하려는 의도와 무관하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라며 “과거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한 해고를 정당화한 논리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결대로라면 점주협의회와 본사의 협상을 유도해 거래조건을 개선시킨다는 가맹사업법 취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계약 해지의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엄밀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외부 식자재 사용이나 영업시간 미준수 등이 계약 해지에 이를 만한 중대한 사유인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본사가 이러한 이유를 들며 가맹점단체 활동에 보복하면 점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최근 가맹점주협의회와 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가맹점단체 활동을 이유로 계약 갱신 거절을 못하도록 상생협약도 체결하고 관련 법령도 강화됐다”며 “법원이 이러한 현장의 거래관행 개선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본사 홍보전단 구매 강제행위에 대해서는 “상품과 별도인 홍보전단을 통일적으로 관리할 필요는 없다”며 위법하다고 인정했다. 공정위는 판결문 내용을 분석해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ugust 31,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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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단체 만든 점주들 매장 '표적 점검'한 피자에땅…법원 “공정위의 14억 과징금 제재 부당”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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