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시장이 커지자 거래 품목도 다양화되고 있다. 기존 중고거래의 꽃으로 불리는 명품뿐 아니라 소량과 저가 품목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앱이 등장하면서 시간과 거리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근마켓은 설정한 동네가 같은 주민끼리만 거래할 수 있다. 예로 서울 중랑구 지역에서는 오뚜기 `진라면 순한맛`이 개당 300원에 팔리고 있다. 이는 쿠팡(개당 522원)보다 200원 이상이나 싼 가격이다. 판매자 매너온도는 무려 75.9도다. 양천구에서는 배달 쿠폰을 장당 500원에 내놨다. 판매자는 "이사 때문에 배달 쿠폰을 정리한다"고 썼다. 이밖에 동대문구에서는 인형뽑기로 뽑은 인형이 개당 1000원에, 반쯤 쓰다 남은 토너가 5000원에 매물로 나왔다.
반대로 판매자를 구하는 당근마켓 `삽니다` 코너에는 닭 모이로 묵은 쌀을 20원에 구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도 거래한다. 기존 대행 서비스 플랫폼에서 거래되던 줄 대신 서기, 벌레 잡기, 화장실 청소 등이 중고 거래 앱으로 유입된 것이다. 실제 강남구 지역에는 `지금 당장 바퀴벌레 잡아주실 분`이라는 제목의 거래가 2만원에 성사됐다.
이는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는 거래들이다. 품목이 워낙 소량에 저가이다보니 자칫 터무니없는 허위 거래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너온도`를 도입했다. 매너온도는 36.5도부터 시작해 99도까지 높아진다. 거래 상대방이 남긴 평가 등에 따라 측정된 매너온도로 판매자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허위 글을 구별하기가 쉽다는 설명이다. 김유진(23·서울 영등포구)씨는 "매너온도를 확인할 수 있어 타 플랫폼보다는 신뢰가 간다"며 "친구들과 매너온도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고가 중고거래도 여전히 강세다. 고가 중고거래의 꽃은 명품이다. 매년 오르는 가격에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전문 리셀러(Reseller)부터 결혼 예물로 받은 샤넬백을 내놓는 주부들까지 명품 중고거래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중고명품판매업체 핸드백클리닉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명품핸드백 판매는 전년대비 500% 늘었다. 미국 중고의류 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명품을 포함한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무려 약 390억달러(4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명품을 사기위한 `오픈런`도 벌어졌다. 지난 5월 샤넬이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6% 인상한다는 소식에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새벽 6시부터 대기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대표적으로 `샤넬 클래식 플립백` 미듐 가격은 715만원에서 846만원으로 18.3% 올랐다. 현재 중고나라에서는 샤넬 클래식 플립백 미듐 은장 가격이 860~900만원에 형성돼있다. 한 판매자는 "5월에 백화점에서 구매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 판매자가 샤테크(샤넬+제테크) 목적으로 715만원에 가방을 구매해 900만원에 판매할 시 수익률은 25.8%에 달한다.
이밖에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와 롤렉스 시계, 닌텐도 스위치, 갤럭시Z플립 톰브라운 에디션 등이 최근 리셀 시장에서 주요 제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필웨이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제품 수는 141만개에 달한다. 명품 중고거래 인기 브랜드 순위은 구찌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발렌시아가와 샤넬, 발렌티노, 에르메스, 몽클레어 등이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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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2, 2020 at 12:0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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