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제품을 주제로 드라마 등 기획·제작
"쇼핑과 콘텐츠 시청의 경계를 무너뜨리겠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올해 상반기부터 콘텐츠 회사를 설립·인수했다. 4월엔 260억원을 출자해 콘텐츠 회사 마인드마크를 세웠고, 6월에는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과 SBS 드라마 ‘힙합왕’을 기획·제작한 실크우드를 32억원에 인수했다. 9월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과 유튜브 프리미엄 드라마 ‘탑매니지먼트’를 배급·유통한 스튜디오329를 45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 측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콘텐츠 소비·경험을 무제한 제공하며 고객의 일상 시간을 점유할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이를 기반으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온라인 방송으로 실시간 판매하는 방식)나 간접 광고(PPL)보다 한 단계 진화한 드라마 커머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도 IPTV나 모바일에서 노출되는 제품 정보를 클릭해 구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미 방영되는 드라마에 광고를 붙이는 것을 넘어 처음부터 옷이나 제품 자체를 주제로 드라마를 기획·제작해 주객(主客)을 전도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처음부터 쇼핑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모바일에서 재밌는 드라마 등 콘텐츠를 즐기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구매 페이지로 이동해 결제하면 된다. 쇼핑과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온라인에서 단순히 상품만 팔고 배송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우리의 라이벌은 넷플릭스"라며 "온라인에서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붙잡을지가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했다.
신세계는 드라마 커머스뿐만 아니라 콘텐츠 판권 사업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크우드는 작가·PD 양성과 웹툰·웹소설 IP 발굴, 스튜디오329는 드라마 제작과 기획안 해외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드라마가 잘 되면 제품도 팔고 판권도 해외에 팔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 것이다. 구체적인 콘텐츠 스토리와 판매할 제품, 제작 시기, 송출 방법, 모바일 플랫폼, 출연진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아예 (국내외에) 없던 걸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올 들어 현대·롯데·갤러리아·백화점이 모두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신세계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콘텐츠 회사를 만들면서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당시 내부에선 "네이버·카카오의 라이브 커머스와 경쟁해봤자 어차피 (시청자) 유입수를 따라갈 수 없다" "라이브 커머스보다 한 단계 품질이 높은 드라마같은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1차로 웹툰·웹소설 IP를 확보해 드라마로 만들어 제품을 팔고, 2차로는 콘텐츠 발굴을 통해 새 먹거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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